고객의 입장에서 적어본
동네치과 방문 후기
오늘도 치과에를 다녀왔다. 지난주 들려 치료를 받기 시작하고 나서 세번째 들리는 길이었다. 집근처의 소위 동네 병원이라 부담도 기대도 없이 들렸던 곳이다. 그러나 영원히 없애지 못할 직업병은 병원에서도 다시 잠을 깨운다. 고객관리와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 이 병원은 어떤 점을 잘하고 있는가 어떤 점을 잘못하고 있는가 또 병원이라 게다가 동네의 작은 치과병원이라 어떤 점은 특수할 수 밖에 없는가와 같은 생각과 관찰들.
이 치과에는 원장님 한명 그리고 두사람의 직원들(행정업무와 스케일링등의 진료를 담당하는) 총 세사람이 움직인다. 원장님은 중년 정도로 보이는 직원의 업무를 넌즈시 혹은 대놓고 참견을 한다. 이건 이렇게 해야하고 저건 저렇게해야하고 이러면 안되고 등등. 훈훈하고 시골스러운 느낌도 있는 반면 한편으로 직원입장에서는 맘 좋지 않은 부분도 있겠다 싶었다.
세번째 들리다 보니 이젠 좀 익숙해진 상태였다. 병원내부의 인테리어도 원장님 참견하는 목소리 톤도 시큰둥한 막내 직원의 얼굴표정도. 시큰둥 아니면 무표정? 마스크에 가린 얼굴 안쪽으로 그런 표정이 묻어 나왔다. 지난번 지지난번도 마찬가지였었는데.
주말에도 평일낮에도 항상 대기환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원장님 수입은 짭잘하실 듯(물론 실상이야 어떻든 바쁘시니). 예약을 하고 갔지만 십오분 정도는 신문과 티브이에 눈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나름 바쁜 척하는 사람이다보니 좀 덜 기다렸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애써 태연한척 느긋이 소파한구석에 앉아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는 잡지를 펼쳐 지난번 본 마지막 부분부터 다시 몇장을 넘겨가면서 예쁜 음식 사진들과 인터뷰기사에 나온 일반인들의 얼굴을 설렁설렁 체크해 보았다.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막내 직원(간호사라는 명칭이 맞는 것인가? 위생사...? 전문지식이 없다보니...^^)의 유니폼. 진료복이라고 해야할까? 여하간 늘상 입고있는 그 핑크색 옷. 그런데 어찌 그리 때와 얼룩이 많이 있는지. 한 일초나 이초간 눈을 떼지 못하고 보고있는 동안 든 생각은 "하루 이틀 지난다고 저정도로 찌든때가 남진 않을 것 같지....? 음..." 여하간 무슨 깊은 생각없이 눈에 들어왔던 부분이니 더는 생각 않는다. 그녀도 한 십초인가 티브이에 잠시 눈길을 주다가는 다시 본연의 업무로 되돌아 간다.
오늘도 공포스러운 치과의 물쏘는 장비가 내 입안을 헤집고 다닌다. 옆에서 들리는 윙... 이빨가는 소리도 역시 공포스럽고. 그 소리는 듣기만 해도 공포 120%의 초농축이다. 방금 찌든때 그녀가 잠시 근처에 다시 왔음을 알고 있지만 그다음에 어떤일이 벌어질지는 예상할 수 없었다. 그저 긴장만 가득. 더 무서운 일이 내게 닥칠 것인지 아니면 편안하게 입이나 한번 헹구고 오늘은 물러갈 수 있게 되는 것인지.
일련의 절차를 마치고 계산을 하러 선 프론트 앞에 아무도 없다. 예의바른 신사처럼 잠시 서서 기다린다. 언뜻보니 좀더 나이가든 (실장님이라 부르면 맞을 것 같기도 하지만 치료에도 참가하시니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직원분은 어느 환자의 잇몸을 치료하느라 여념이 없으신듯 했었다. 머뭇머뭇. 다시 몇초후 머리숱이 많지 않은 원장님께서 나타나시고는 '수납'업무를 처리하려 하신다. 육천육백원입니다. 멈칫. 이 정도 금액이면 현금을 내야 눈치가 보이지 않는 것 아닐까? 아니지, ... 신용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카드를 사용해야지. 디딕디딕끌끌끌... 카드영수증 인쇄되는 소리가 난다. 원장님께 묻는다. "다음 것 예약해야되지 않나요?" 예약해야 한단다. 원장님은 날짜를 정해서 이날이 좋겠다고 제안한다. 혹여 제안을 수정하려 했다가 기다림만 길어질 것을 두려워 하면서 당연히 수락한다. 아주 흔쾌히. 그리고 눈을 돌리니 샘플이 서있는 치약광고물이 보인다. "저것을 쓰면 치과올 일이 줄어드는걸까...?"
길어야 겨우 몇십분내에 일어났던 병원 방문 에피소드를 정리해본다.
먼저, 사소한 것 같지만 복장이 주는 신뢰감이란 것은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적어도 매일 새로운 유니폼을 갈아입고 청결한 상태로 환자를 맞아주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일 것이다. 외과수술로 매일 피가 튀어 그날 하루는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런 치과에서는 그렇게 험난한 분위기는 아니니. 그저 게으른듯한 느낌을 줄 뿐이다. 고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옷이 깨끗하지 못한데 다른 시설이나 장비, 치료용재료들도 청결하게 관리할 것으로 생각할 사람은 당연히 많지 않을 것 같다.
둘째로, 대기실에 비치된 신문과 잡지. 그리고 TV. 이 것들은 누구보라고 비치해둔 것인가? 환자들 때문에 그 곳에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신문도 잡지도 그리고 TV의 채널도 TV옆을 장식하고 있는 허무슨 선수의 골프레슨 비디오테이프도 환자들이 가장원하는 것이 반영되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대부분이 여성환자로 보이는데 일간신문이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행복한집이라는 잡지는 그럴듯 하긴 했지만 (내 취향에는 잠시 시간보내는 눈요기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지만) 내용은 레이디XX~ 등의 평범한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편안하게 즐거움을 줄만한 것이었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세번째, 원장님의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잘 치료한다는 것, 성의껏 치료한다는 것 이외에 마케팅과 고객중심경영의 마인드가 좀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차별화와 특성화라는 측면. 마케팅에서 기본으로 이야기하는 시장세분화와 타게팅, 포지셔닝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 어느 한의원에서인가 사례에서 나왔던 이야기 중에 '약환자에게 집중할 것인가 침환자에 집중 할 것인가'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마도 가장 잘연결되는 예일 것이다. 치과라면 스케일링과 잇몸치료에 집중할 것인지 (최근에는 건강보험적용이 된다고 한다) 아니면 임플란트하는 쪽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치약을 많이 팔 것인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장 한명의 작은 동네치과이긴 해도 엄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임에는 틀림없다고 본다면 그저 기계적으로 환자가 오면 치료를 하고 다음 환자를 받고... 거기까지만으로는 많이 부족할 것이다. 환자를 고객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환자들이 아무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집중해야할 세부적인 서비스('팔꺼리')유형을 선택해 적용하며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이라는 측면이다. '치과진료'라는 뭉뜽그려진 포괄적인 서비스 개념정도로는 고객이라는 측면에서의 개별 환자의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요구에 잘 대응하지도 못할 것이며 수입 또는 수익을 높이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수익성을 높이고 소위 지속적인 성장(Sustainable Growth)을 해나가려면 상품과 서비스의 세분화와 특화, 집중화는 필수적이다.
네번째, 진료과정 자체에서 다음스텝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즉, 절차에 대한 안내가 있어야 할 듯 싶었다. 다음 상황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 미리알고 준비나 대응을 할 수 없다면 환자는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결국 전체적인 병원방문 과정에 대한 경험이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XX을 지금해드렸고 잠시후엔 XXX을 해드릴 겁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별것 아닌 한두마디가 진료실내에서 영원한 약자인... 하지만 병원문만 나가면 사실은 주인인 환자 즉, 고객에게 평정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정말 어찌보면 힘도 돈도 들지 않는 것. '직원의 미소'. 무리하게 개그를 하거나 꽁트를 하라고 주문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웃는 낯으로 대하겠습니다하는 무언의 신호만 보내준다면 훨씬 좋을텐데.
CRM 고객관계관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CEM고객경험관리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마케팅이나 사업전략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들이 모두 별개가 아니다 보니 좀 섞여 있겠지만) 점점 더 치열해져가는 의료업계의 환경하에서 다시 찾고 오직 우리 병원만 찾는, 그리고 더 많은 아는 사람들에게 그 소식을 전할 고객을 더 많이만들기 위한 간단한 방법들이 의외로 많이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 2010. 03. 동네치과 방문 후기. 전용준 | 리비젼컨설팅
http://cafe.daum.net/revisioncrm
(이 글에 등장한 특정 병원을 비판하고자하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또 객관적 사실이라기 보다는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의견이었다는 점도 밝혀둡니다.
글을 예쁘게 꾸미기 위해 사용한 이미지도 특정 병원이나 특정인과 무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