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다 가고 있는 2010년 어느날입니다.
이제 조금은 그늘에 찬바람이 불어도 오는데 말이지요.
그래도 한가로이 쉴수 있는 휴양지가 가까이 있어 다행입니다.
여유로운 피서를 즐기지 못한 사람들 가는 여름이 아쉬운 듯 그래도 상당히 모여 즐기고들 있는데요
보기만 해도 여유로워 보입니다.
놀라운 사실중 하나는 남남 여여 커플이 많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사진찍기와 문자보내기... 휴대폰없었으면 놀러는 어떻게 다녔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스마트 폰이 있다면 실시간으로 본인의 자랑스런 (아니... 적어도 가지 보기에는 사랑스런) 몸메를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퍼나르고 있겠지요.
여전히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구요.
도심 가까이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축북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궁금한 점도 상당히 있었지요. 위 사진의 왼쪽 상단에는 식당들이 있는 곳입니다.
주로 우동이나 돈까스 같은 가장들 많이 먹는 음식을 파는 곳이지요.
일반 국산 캔맥주 대신 하우스맥주 같은 것들도 파는 곳인데요.
9월중순을 넘기면서 주말에 조차도 열지 않는군요.
피크 시즌이 지난 것은 맞지만 그래서 입장료 가격도 좀 내려간 것은 맞지만
그에 맞춰 서비스가 너무 많이 내려온 것은 아닌지...
의자 하나 빌려 누웠습니다. 이번 추석연휴를 모두 쉬면서 빠른 속도로 비어만가는 머리를 조금이라도
채워보려고, 책을 몇권 샀거든요.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HBR on CRM 한글판으로 번역되어 있어 가격도
저렴하니 일석 이조지요. 한글 제목은 "CRM 전략" 이라고 되어 있지요. 거의 십년은 된 책이다보니 최신 사례는 없습니다. 하지만 Fundamental에 대한 심층적인 시각을 보여주지요.
( CRM 전략 - 프로슈머 시대 고객의 개념 변화와 기업의 대응 전략 (하버드 비즈니스 클래식) (양장) )
... 식사를 먼저 하고 읽기 시작할까?
... 아니 그러면 졸려서 책을 읽을 수 없을 것 같아...
... 그래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바로 읽기 시작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옷은 갈아입고 물은 좀 축이고 시작해야겠다 싶었지요.
그 순간 눈에 들어 온것이 의자위의 영문 몇글자였습니다.
대여용 For Retal... 어딘가 어색하지요?
아마도 영어로 쓸때는 for rent가 보편적인 표현일 겁니다.
(수상해서 <다음>에서 사전도 한번 찾아 보았습니다)
영어가 아닌 영어... 외국인들에게는 불편한 경험이 되겠지요.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장소인데요.
예를들어 저 의자에 한글로 "임대 전문" 이런 식으로 붙여 두었다면... 웃기만 할 수도 있겠지만
혼동도 될 수 있을테니까요.
여하간 대충 갈아입고와서 물에 발 잠시 담그고...
주린배를 참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시간을 읽다보니 (학교때 배운 나쁜 습관 그대로 줄도 쳐가면서....)
이제 좀 쉬고 요기를 하는게 맞겠다 싶더군요.
그 때 또 눈에 들어온 부분이 바로 아래 의자 한쪽이었지요.
벗어놓은 슬리퍼 옆으로 오랜동안 전혀 닦지 않아 궅어 붙어 있는 흙...
뭐 많이 더러운 것이야 붙어 있겠나요. 워터파크내에 특별한 오물이 있을 거리도 별로
없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순간 느껴지는 기분이란... 이런....
의자를 가끔 닦기는 하면서 빌려주는 건가? 물이나 대충 뿌리고 그냥 마는 것 아닐까?
눈에 띄니 바닥은 계속 물로, 빗자루로 치우더만... 의자는 전혀 신경 안쓰는 것 같은데....?
(사실... 아마도 가끔씩은 치우고 닦고 하겠지만) 기분 상으로는 왜인지...
여하간 책은 다 읽었고 캔맥주도 한잔 했고,
햇살도 충분히 쬐었구요.
이젠 집에 갈시간...
탈의실에서 옷을 꺼내면서 또 생각이 듭니다.
효율적인 공간활용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락커가 있어야 많은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겠지요.
그러나, 쭈구리고 앉아야 겨우 문을 여닫을 수 있는, 내용물을 넣고 뺄 수 있는
바로 이 높이에까지 라커가 있는 것은
늘 접하면서도 불평하지 않았었지만... 따지고 보면 고객 불편을 무시하는 것 아닌지
싶더군요.
꼭 나쁜 경험만은 아닙니다. 가까이에 이 정도 규모의 (아시아 1등 수준이라 자부하는) 휴식처가 있음을
감사하면서... 덕분에 한권의 책을 즐겁게 읽다가 돌아가는 길.
그런데, 앞서 읽었던 책의 한구절이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원칙1: 강렬하게 끝내라"
(마샬경영대학원 교수인 두사람 Richard Case & Sriram Dasu의 글 "행동과학이 알려주는 서비스 접점에서의 원칙" 中)
아름다운 입구입니다만 들어오면서 보는 것 처럼 아름답질 않더군요.
책의 한구절에 너무 꽃혀서는 아닐지... 스스로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해가면서
관찰해 봤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과 주변의 배경을 함께 봐도 무언가 허전합니다.
그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나가는 출구에서 다시한번 입장요금 안내판을 접하게 됩니다.
지금은 돈낼일이 없는데 말이지요.
입구를 지키고 있는 두 해적, 선장과 부하로 보이는... 멋진 조형물과 사진도 찍고들 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들은 오는 이들을 맞는 방향으로만 서있고
그 친구들 한둘이라도 가는이를 배웅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원칙1: 강렬하게 끝내라"
다시 떠 올려 봅니다.
안내판이라고 해도 떠나는 이를 위한 것은 없더군요.
주차장까지는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는 셔틀을 타고 이동합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질 않으니 여유로운 탓에 좌석에 앉아서 편히 이동합니다.
문제는 휴지나 쓰레기가 흩어져 있다는 것을 특별히 신경쓰는 사람이 없어 보였다는 점이지요.
올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었는데
갈때는 이런것이 눈에 들어 오네요.
놀란 부분 중 하나는 여러 곳에 화장실이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멀리 있는 셔틀탑승장과 주차장 까지 내려왔음에도 그 옆에 화장실이 버티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 화장실이 없으면 여기서 자기차로 떠나는 손님들은 적어도 삼십분은 달려야 급한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주변엔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이 배려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다만, 한가지 흠을 잡는다면 역시
마지막 부분에서 처음 처럼 아름답지 않다는 것입니다.
워터파크 입구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비하면 너무나 기계적인 느낌의
장소라는 것이지요. 외관 자체가 너무 많이 차이납니다.
만일 여기에도 해적 벽화라도 하나 있었다면
떠나는 느낌은 "내일이라도 아니면 내년에라도 꼭 다시 오고야 말겠다"
이렇게 바뀔 수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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