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의도된 모호함 - 왜 그리고 어떻게
의도된 모호함이란 어떤 표현이나 정보 제공이 명확한 결론이나 입장을 회피하면서도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미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중 더 좋은 정당은?" 또는 "이 회사에 입사할까, 아니면 대학원에 진학할까?"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면 챗GPT와 같은 시스템들은 흔히 즉답을 하기 보다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결론을 제시하지 않으려는듯한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아마도 (최종 판단은 내가 알아서 하겠지만) 하나를 고른다면 무엇이 될지에 대해 정보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즉, 사람과 AI의 입장 차이가 문제거리가 된다.
의도된 모호함(Intended Ambiguity)은 단순한 애매함이나 우유부단함과는 다르다. 이 방식은 말하는 주체가 책임을 직접 지지 않거나 판단을 미루고자 할 때 주로 사용된다. 특히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 시스템에서 자주 드러나는 특성이며, 그 이면에는 시스템 설계 원칙, 법적 리스크, 윤리적 중립성 확보라는 다층적인 목적이 있다.
의도된 모호함은 다양한 상황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가장 큰 가치는 갈등 최소화다. 다양한 가치관과 문화가 충돌하는 공간에서는 하나의 뚜렷한 입장이 오히려 불필요한 대립을 초래할 수 있다. 마치 교차로에서 신호등이 깜빡이며 멈춰 있으면, 차들이 서로 양보하며 지나가는 것처럼, 모호한 표현은 오히려 부딪힘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이 특정 사안에 대해 "이게 맞다"고 단정하는 순간,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편향적이거나 공격적인 정보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는 모호함은 부작용을 예방하는 안전 장치가 된다.
또한 의도된 모호함은 사용자의 자율성과 판단 능력을 존중한다. 인공지능이 정확하고 단정적인 결론을 제시할 경우, 사용자가 그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의료, 법률, 정치 등 고위험 분야에서는 그로 인한 피해가 크다. 예컨대 "이 약을 복용하라"는 말보다 "이 약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덜 위험하고, 사용자가 자기 상황에 맞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공지능도 같은 맥락에서 의도된 모호함을 유지함으로써 사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지키도록 되어 있다.
챗GPT가 의도적으로 모호한 답변 태도를 보이는 이유들
- 법적 책임 회피: ChatGPT는 의료·법률 등 민감한 분야에서 오용에 따른 법적 책임을 방지하기 위해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다 (출처: OpenAI Model Spec, 2025).
- 윤리적 중립성 유지: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존중하기 위해 정치적·사회적 쟁점에 대해 중립적이거나 모호한 응답을 제공한다 (출처: OpenAI Behavior Policy, 2024).
- 사용자 자율성 존중: 사용자의 사고와 결정을 유도하기 위해 명확한 판단 대신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답변한다 (출처: Design Principles – Medium, 2023).
이러한 모호함은 AI 시스템이 독립적인 법적 주체가 아니며, 인간의 의사결정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AI가 판단을 내리는 순간,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이 시스템 설계자 또는 제공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따라서 시스템은 명확한 결론을 회피하고 정보만 제시하거나 다각도로 정리하여 사용자에게 판단을 넘기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는 일종의 구조적 자기 방어이자, 시스템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다. 모호함은 결국 ‘판단하지 않음’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윤리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장치다.
하지만 특히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의사결정과 실행이 핵심인데, 모호함은 결정 지연과 실행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이 언제나 긍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회의 자리에서 "A안도 B안도 가능하다"는 식의 답변은 의사결정권자를 혼란스럽게 만들며 의견으로서의 가치를 퇴색시킨다. 마치 네비게이션이 “왼쪽이나 오른쪽 모두 괜찮다”고 할 때 운전자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멈춰 서는 것처럼, 실행 가능한 선택이 주어지지 않으면 현장은 움직일 수 없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도 마찬가지로 실행의 기반이 되어야 하며, 그 정보가 모호할수록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스로 AI와의 대화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 쪽이든 저 쪽이든 적어도 한 쪽으로는 결정을 해야하고, 비슷하더라도 얼마나 비슷한지를 사용자 입장에서는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근소한 차이라도 비교를 통해 분명한(나름대로 최선의) 결론을 내리도록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지휘해야한다. 이때, 억지로라도 결론을 내도록 하려면 몇 가지 방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강제로 결론 내리게 하기 위한 방법들: 프롬프트
[1]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롬프트의 구체화다. 단순히 "A와 B 중 뭐가 낫냐"는 식의 질문은 모호한 답변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대신 "비용, 속도, 수익률 기준으로 A와 B를 비교해 하나를 추천하라"는 식으로 조건을 명시하고 선택을 강제해야 한다. 판단의 틀을 사용자가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2] 또 필요한 전략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인식시키는 것이다. "최종 결정은 내가 한다"는 전제를 프롬프트에 포함시키면, AI는 보다 과감한 응답을 할 수 있다. 이는 공급자가 감수해야 할 법적·윤리적 리스크를 줄여주는 동시에, 사용자에게 정보 주도권을 돌려주는 효과를 가진다. 마치 법률 자문에서 "이건 의견일 뿐이고, 최종 판단은 의뢰인에게 있다"고 명시하는 것처럼, AI의 응답도 책임 한계를 명확히 설정해주면 훨씬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결론을 제시할 수 있다.
[3] 단계적으로 좁혀가는 접근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AI가 완전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에 이런 문제가 많이 발생되므로, "각 안의 장단점을 먼저 요약하고", "그중 비용 면에서 더 유리한 것을 선택하라", "리스크가 가장 낮은 쪽은 무엇인가"와 같이 점진적으로 좁혀가면, 결과적으로 명확한 판단에 도달할 수 있다. 이는 AI와의 상호작용을 단순 질의응답이 아닌 전략적 협상으로 이해하고 구성하는 방식이다.
의도된 모호함은 결국 기술이 인간의 판단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 따른 설계 자체에서 비롯된 바람직한 특성이다. 그것은 사용자와 AI 시스템 사이의 책임과 역할 분리를 기반으로 한 신뢰 유지 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장치가 언제나 적절한 또는 각 상황에서 필요한 알아서 방향으로 작동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사용자 스스로 프롬프트를 통해 판단을 유도하고, 조건을 제시하며, 책임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AI는 도구이며, 그 도구가 어떤 수준의 판단까지 끌어올려질 수 있는가는 오롯이 사용자 전략에 달려 있다.
프롬프트 작성 예시
의도된 모호함을 피하고, ChatGPT로부터 합리적이고 실행 가능한 결론을 ‘선택의 형식’으로 끌어내기 위해 실효성 있는 프롬프트 작성 방안 5가지 (결과 유도력, 리스크 회피 가능성, 비즈니스 활용성을 고려)
1. 판단 기준을 명시하고 하나를 우선 추천하게 요청한다
예시 프롬프트
“다음 세 기준(비용 절감, 실행 용이성, 장기 효과)을 바탕으로 안 A와 안 B를 비교하고, 가장 종합적으로 우수한 안 하나만 추천해줘. 이유도 함께 설명하라”
2. 결론을 요구하되,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음을 명시한다
예시 프롬프트
“너는 선택을 해야한다. 단, 이 선택은 내가 참고용으로 쓰고,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린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라. 그렇다면 A와 B 중 어떤 걸 선택하겠는가”
3. 정량 평가 요청으로 판단을 수치화하게 유도한다
예시 프롬프트
“A안과 B안을 리스크, 수익성, 실행 속도 세 항목에 대해 각각 1~10점으로 평가하고, 총점이 높은 쪽을 추천하라”
4. 조건별 판단을 요구한 뒤, 현재 상황에 가장 적합한 결론을 도출하게 한다
예시 프롬프트
“조건별로 A와 B가 어떤 상황에서 더 적합한지 분류하라. 우리 상황(예산 부족, 빠른 론칭 필요)을 기준으로 지금 가장 적합한 안을 선택하라”
5. 전문가 역할을 간접 활용하고 사용 맥락을 명확히 지정하여 판단 권한을 시뮬레이션한다
예시 프롬프트
“SaaS 스타트업 전략 담당 컨설턴트라고 가정한다면 우리 팀의 현재 조건(개발 인력 부족, 마케팅 자금 5000만 원 제한)을 고려해서 전략 A와 B 중 어느 쪽을 선택해 추천할지를 설명하라”
( ‘누구처럼 생각하라’는 단순 역할극이 아니라, 전문성과 맥락이 결합된 판단 책임 시뮬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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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글은 "디지털 마케터의 챗GPT 활용 전략" 책 중의 프롬프트 작성방법 부분을 보강 / Update하기 위한 내용입니다. 책에 대한 소개는 다음을 참고하세요
https://revisioncrm.tistory.com/596
[책] 디지털 마케터의 챗GPT 활용 전략: 어떻게 다른가?
디지털 마케터의 챗GPT 활용 전략: 실전! Chat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어떻게 다른 ChatGPT 책들과 다른가? "디지털 마케터의 챗GPT 활용 전략: 실전! ChatGP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디지털
revisioncrm.tistory.com
[관련 영상] 암묵적 환각. 드러나는 환각 보다 더 무서운 챗GPT 오류의 영향에 대해
https://www.youtube.com/watch?v=N_V2CAXwh0k
[관련 영상] 돌려서 말하지 말고 선택하라고 강제하는 프롬프트 필요성과 작성법 - 의도적인 모호함에 대한 대처
https://www.youtube.com/watch?v=KcZfioDFfPo
* by promptStrategies, 전용준. 리비젼컨설팅 https://revisioncrm.tistory.com/182
+82-2-415-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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